나는 연극을 참 좋아한다.
대학교 전공과목에 연극과 이해라는 게 있었는데, 선생님은 가끔 대학로로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연극을 보여 주셨다.
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연극에 대한 이론만 앉아서 배우는 것보다, 실제로 연극을 보면 그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게 많기 때문이다.
그런데 연극은 예전에는 만 원 미만에 봤었던 것 같은데, 물가가 올라서인지 영화관람료만큼 비싸졌다.
하지만 연극 무료티켓 이벤트 응모를 여기 저기 해두면 무료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부지런히 여러 군데 응모했다.
농협 인터넷뱅킹 컬처홀릭과, 덕스티켓이라는 두 곳을 이용했다.
이번 연극 <이 구역의 이기적인 X>는 덕스티켓에서 당첨되었다.
당첨되고 관람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다, 관람 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는 안내문자를 보고 긴장했다.
꼭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
오랜만에 방문한 대학로에서 닭강정을 먹었다.
9,000원에 이정도 양이라니 ㅠㅠ
물가가 하늘을 모르고 치솟고 있음을 체감했다.
그래도 바삭하고 달달한 닭강정을 먹고 연극을 보면 더 든든할 것 같아서 맛있게 먹었다.
연극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3명이었다.
한 사람이 1인 3역 이상을 해냈다.
이 때는 추석연휴라 그런지 관람객이 많지 않았다.
연극배우들도 사람인지라 관람객이 많아야 재미도 날 텐데, 조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.
연극보기 입장하기 전에 응모권을 써서 냈다.
나는 '화장품 당첨됐으면 좋겠다'라고 주문을 걸었다.
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인지!
1인 3역을 하는 주인공이 응모권 통을 돌리더니 내 이름을 불렀다.ㅎㅎ
와! 정말 신났다. 무료로 연극을 볼 수 있는데 사은품까지 주다니.
감사합니다. 하고 크게 인사하고 박수를 받았다.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.
관람객이 적어서 당첨될 확률이 높았으니 된 거라고 그러는데, 그래도 거기 모인 사람이 최소 20명 이상이었는데,
1/20이면 높은 확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. 내가 운이 좋았다.^^
여자 주인공은 인연을 찾기 위해 소개팅을 하지만, 번번히 이상한(?) 남자들만 나온다.
그 소개팅 상대역으로 1인 3역을 하는 남자가 분장을 하고 계속 옷을 바꿔 입고 나왔다.
일본말을 쓰면서 인형을 쓰다듬는 히키코모리이기도 하고, 가죽점퍼를 입고 껄렁거리는 깡패이기도 하고 말이다.
그렇게 노력했지만 인연을 찾는 데 실패하고 자포자기할 즈음, 운명같이 한 남자가 나타난다.
그 남자는 여자에게 하늘의 별도 따다 줄 것 같이 잘해준다.
서로 집 사이의 거리가 먼데도 불구하고 직접 업어서 데려다주겠다고 열정을 다 바친다.
하지만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는 걸까, 어느 순간 남자는 데이트할 때도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고 별 흥미가 없어 보인다.
그렇게 크던 열정은 어느순간 화염에 물을 끼얹은듯 사라졌다.
여자가 헤어지고 싶은 거냐고 물어도 그럼 그러든지 하며 시큰둥하다.
여자가 매달릴수록 남자는 멀어지는 것 같았다.
여자가 슬픈 마음으로 남자를 보내고 난 후,
서로 혼자 지내는 시간동안 남자는 그제서야 여자의 소중함을 느꼈는지 재회를 시도하고 여자에게 찾아간다.
이 연극의 내용처럼 여자는 남자를 점점 좋아하게 되는 게 일반적이지만, 남자는 처음부터 여자를 확 좋아했다가 나중에는 식는 경우가 많은 것일까.
서로에게 익숙해져 소중함을 잊고 상처를 주는 연애 중인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의미 있는 연극이었다.
끝나고 설빙에서 맛있는 팥빙수도 먹었다.ㅎㅎ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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